110529/천안/아산만/생명의 보고, 아산만 갯벌

2011. 7. 22. 14:04Landscape











북해연안, 미국 동남부와 함께 세계 3대 갯벌이라는 서해안 갯벌, 그 가운데서도 아산만은 최고의 입지와 규모로 수장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반만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각종 생명자원의 보고와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로 인정받던 이 곳은 인류의 개발논리 앞에 처참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70년대 중반.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과 충남 아산시 인주면을 잇는 아산방조제가 완공되고부터 인근 갯벌의 환경파괴는 시작되었다. 그 이후 삽교천 방조제가 건설되고 매립이 본격화되며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와 공단이 들어섰다. 500㎦에 달하던 서해안 갯벌 면적은 현재 300㎦가 간척으로 소실된 상태이다. 서해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의 갯벌마저 아산시의 매립의지로 사실상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다.

2011년 5월 29일 이른 새벽, 간조시각을 맞춰 아산만에 도착했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은 “아직 나 살아있어요.”라는듯 웅장한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다큐에서 종종 등장하던 통통배 조업이나 조개를 잡는 어민들의 모습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를 그들을 찾기 위해 공단 도로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그리고 2시간만에 사람을 만났다. “요즘 조업이 한창일 때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젠 사람도 오지 않고 물고기도 없어요. 조업하던게 언제적 이야기인데요... 그물은 쳐놓는데 뭐가 걸려야말이죠.” 아쉬움이 남았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3km에 달하는 아산만 방조제에 발을 디뎠다. 어디선가 굉음이 들리는가 했더니 어김없이 중장비들의 대규모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사장 관계자는 철저히 환경에 유의하며 작업중이라고 하였으나, 갯벌을 가로지르는 방조제의 확충 사업은 꽤나 씁쓸하게 느껴졌다. 방조제를 걸어 넘어 평택 방면으로 넘어갔다.

아산만 방조제로 인해 생긴 평택호에는 대규모 관광단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드라마 촬영 세트장이 들어서고 각종 공연장과 레저스포츠 시설이 위치해 가족단위 나들이로 인기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둑 바로 넘어 위치한 갯벌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종종 이곳을 찾는다는 한 시민은 “아산만 갯벌을 매립한 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딱히 볼것도 없고 해서 일부러 찾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저녁이 어스름한 무렵 다시 아산만으로 움직였다. 다정히 손을 잡고 산책 나온 연인 두어 커플만이 모습을 보였다. 둑 위를 걷다가 갯벌로 내려가 보았다. 그곳에는 여기저기 쓰레기와 함께 죽은 물고기의 사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누가 갯벌이 의 20%가 존재하는 생명의 보고라 했던가? 이곳은 흡사 전쟁터와 같았다.

배를 타고 이쪽 저쪽 그물을 기웃거리던 한 어민도 터벅터벅 뭍으로 나왔다. 그 역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낚시하는 사람들은 많이 찾았었는데 그마저 발길이 끊겼다.“며 ”지금은 고기가 없다“고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오늘의 해가 넘어가며 아산만을 붉게 물들인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아산만과 멀리서 총길이 5.8km에 달하는 자태를 선보이는 서해대교가 대조적이다.

작년을 파문을 일으켰던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갯벌 매립계획은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현재는 임시 보류 상태이다. 대신에 용역업체의 환경영향평가조사가 진행중이며, 큰 영향이 없을 경우에는 애초 계획대로 매립을 진행 한다는 게 아산시의 계획이다. 개발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연을 파괴한데서 오는 각종 부작용은 필연적이다. 특히나 갯벌과 같은 생명의 기원이 사라졌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어느 누굴도 예측할 수 없다. 또 일터를 잃어버리게 되는 지역민에 대한 보상과 이해도 충분히 선행되어야한다. 이 모든 문제들과 타협한 이후에 개발은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되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도 앞을 내다보는 인류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에도 다시 아산만 갯벌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